[새연재] 영화속 도량을 찾아서

 

일주문 역할을 하는 전나무 두그루를 지나면 청평사 회전문과 오봉산의 아름다운 산세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영화 속 선영의 집 앞에서 폭우를 맞고 발길을 돌리는 경수.

 

상사뱀과 공주의 전설을 형상화 한 동상.

 

폭포 주변에 아홉그루의 소나무가 심어져 있어 구송(九松)폭포라 불린다. 현대에 와서 구송이 구성으로 와전되어 현재 구성폭포라고 불리고 있다.

 

청평사로 가는 소양호 선착장.

 

청평사 회전문에 깃든 상사뱀의 러브스토리

 

 

 

 

 

 

영화 출연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자 배우인 경수는 선배가 살고 있는 춘천으로 여행을 떠난다. 청평사로 향하는 소양호 선박에서 선배 성우는 경수에게 청평사의 회전문 전설을 얘기한다. 공주를 사랑한 뱀이 청평사 회전문 앞에서 밥을 가지고 온다는 공주를 끝내 만나지 못하고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도망쳤다는 줄거리다. 회전문에 대한 호기심을 안고 청평사로 가는 도중에 경수와 성우는 지인들을 만나게 돼 불편해지자, 청평사를 코앞에 두고 등을 돌린다. 결국 경수는 청평사에 얽힌 전설만 듣고 온 셈이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된 영화는 춘천에서 경주로 무대가 옮겨진다. 경주에서 경수는 시종일관 선영에 집착하다 마침내 선영의 집 앞에서 돈을 가지고 나온다는 선영을 기다리다 폭우를 만난다. 청평사 전설 속 뱀처럼 말이다.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경수는 문득 청평사 회전문의 뱀을 연상하면서 자신과 뱀을 동일화시킨다. 홍상수 감독이 영화 ‘생활의 발견’의 영문제목을 회전문을 기억한다는 내용으로 ‘On the occasion of remembering the turning gate’을 삼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中 당태종 딸 사랑한 뱀

기도 간 공주님 기다리다

폭우로 떠밀려 죽은 사연

“집착 여의어야 참 사랑”

 

그렇다면 청평사 회전문의 진짜 전설은 무엇일까. 중국에 당태종의 딸을 사랑한 평민이 있었다. 당태종은 천민이 자기 딸을 사랑한다는 사실에 진노한 나머지 청년을 무참하게 죽였다. 청년은 뱀으로 환생했고 환생한 뱀은 당태종의 딸을 찾아가 그녀의 몸을 칭칭 감게 됐다. 어느날 한 스님이 고려의 청평사에 가면 뱀을 떼어낼 수 있다고 하자, 공주는 청평사로 갔다. 청평사 앞에서 공주는 뱀에게 기도를 하고 오겠노라고 말했고, 아무리 기다려도 공주는 오지 않았다. 뱀은 공주를 찾기 위해 청평사에 들어서다 회전문 앞에서 벼락을 맞고 폭우에 떠밀려 죽고 만다.

영화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명대사. “우리 사람 되기는 힘들어도 괴물은 되지 말고 살자.” 여기서 괴물이란 사랑의 도를 넘어 지나치게 집착하는 청평사 회전문의 뱀을 연상케 한다. 영화는 갈수록 뻔뻔스럽고 비겁하고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사람들을 꼬집으면서 우리네 삶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순수한 본래 마음을 찾아가게 한다.

지난 4일 영화 속 경수처럼 지인들과 벗하며 청평사를 찾았다. 소양호에 짙게 내린 안개를 뚫고 청평사에 닿았다. 선착장에서 2km 산책길 끝머리에 청평사가 있다. 하얀 눈으로 장엄된 숲길 곳곳엔 청평사 전설 속 공주와 뱀의 조각상과 거북바위 구송폭포 삼층석탑 등이 늘어서 있다. 원림(園林)의 중심에 있는 영지(影池)도 있다. 무엇보다 애틋한 전설이 깃들어 있어서인지 평일인데도 젊은 연인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뽀득뽀득 눈길 걸어 도착한 청평사는 계단위로 곧게 솟은 두 그루의 전나무가 일주문 역할을 하고 있다. 계단을 오르면 ‘청평사의 보물’ 회전문(廻轉門, 보물 164호)이 모습을 드러낸다. 고려 광종 24년(973) 중국 후당 승려 영현선사가 백암선원(白巖禪院)을 창건한 것을 시작으로 보현원 문수원 문수사를 거쳐 조선 명종 때 보우스님의 중창과 함께 청평사로 개칭했다. 회전문의 ‘회전’은 ‘윤회전생(輪廻轉生)’의 줄임말로 윤회의 이치를 상징한다.

영화 속 경수도, 전설 속 상사뱀도 차마 넘지 못한 회전문을 지나 청평사 대웅전 부처님을 친견하니 괜스레 큰 복이라도 얻은 듯 마음든든하다.

춘천=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불교신문 2687호/ 1월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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