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불자야구대회 개최…불암사 야구단 우승 차지
불암사 월봉사 진각종 원불교 등 4개 팀 참가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뜻은 차별 없는 세상, 나와 남이 다르지 않은 불이(不二)와 평등을 구현하기 위함이다. 불기 2558년 부처님오신날을 20여 일 앞두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온 몸으로 실천하는 불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신심 증장과 친선 도모에서 종교 화합까지, 1석3조의 효과를 거둔 봉축행사는 ‘야구’였다. “야구라니, 불교적이 아닌 것 같은데” 하는 의문이 먼저 들었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불자들 사이에 친목과 종교화합을 도모하는 제2회 불자야구대회가 4월13일 열렸다. 사진은 불암사 야구단과 원불교 원티드의 경기 모습.

지난 13일,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에 위치한 육군 71사단 연병장이 소란스러워졌다. 장병들의 우렁찬 군가로 가득차야 할 연병장에 펜스가 설치되고 둔탁한 공 맞는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렸다. ‘제2회 부처님오신날 기념 불자야구대회’가 열린 것이다.

지난해 10월 서울 영등포 영남중학교에서 개최한 제1회 불자야구 친선대회를 확대해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한 이번 대회에는 모두 4개 야구팀이 참가했다. 이날 하루 동안에만 두 차례의 예선전, 3․4위전, 결승전 등 4차례의 게임이 진행됐다.

더불어 4개 야구팀 대표의 T-배팅과 시구, 시타가 있어 불자들의 마음을 흔들기에 더없이 좋은 대회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진각종 JGO 포티세브너스 소속 투수가 역투를 하고 있다.

남양주 불암사 불일회가 주관한 야구대회에 출전한 팀은 불암사 불일야구단을 비롯해 울산 월봉사 샤프니스야구단, 진각종 JGO 포티세브너스 야구단, 원불교 강남교당 원티드 야구단이다. 종단과 종교를 초월하고 수도권과 지방을 넘어 오직 하나 되는 세상을 배트와 글러브, 공으로 만들어내는 자리였다.

토너먼트로 진행된 대회의 개막전은 불암사 불일야구단과 원불교 강남교당 원티드의 경기였다. 원불교 팀의 공격으로 시작된 1회초 원티드가 1점을 내며 앞서갔으나, 1회말 불암사 야구단이 4점을 뽑으며 분위기를 역전시켰다.

2회에 들어 원티드가 1점을 만회하며 분위기를 바꿔보려 했으나, 3회말 불암사 야구단이 2점을 내고 5회말 다시 1점을 보태 7대 2로 점수 차를 벌리며 역전 가능성이 희박한 듯 보였다.

하지만 6회에 들어 원티드는 저력을 발휘했다. 불암사 야구단의 수비 실책이 드러난 틈을 놓치지 않고 4점을 낸 것이다. 끝까지 승패를 알 수 없던 개막전은 결국 7대 6으로 불암사 야구단이 승리하게 됐다.

경기 후 승패는 가려졌지만 개의치 않고 시합을 함께 했다는 것으로 하나가 된 선수들.

제2경기는 이번 불자야구대회를 위해 지역리그 결승전도 포기하고 올라온 월봉사 월봉 샤프니스와 진각종 JGO 세브너스의 게임으로 진행됐다. JGO 세브너스는 지난 대회의 우승팀으로 올해에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낙점된 팀이었다.

JGO 세브너스의 선공으로 시작된 경기는 타자들의 연이은 안타와 홈런성 장타에 15대 3으로 점수가 벌어졌다. 그럼에도 월봉 샤프니스에게 포기는 없었다. 대기하던 월봉 샤프니스의 선수들은 끊임없이 파이팅을 외쳤고 끝까지 집중하자 서로에게 주문했다.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마음이 부처님에게도 들렸던 까닭일까.

3회말까지 월봉 샤프니스는 8점을 내며 부지런히 JGO 세브너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대회 우승팀의 저력은 대단했다. 월봉 샤프니스의 상승 분위기에도 흔들림 없이 JGO 세브너스는 3점을 더 내며 18대 8로 결승전에 진출하게 됐다.

원불교 원티드와 월봉사 샤프니스의 3․4위전이 세 번째 경기로 진행됐다. 앞서 치열한 경기를 펼쳤던 월봉 샤프니스는 3․4위전에서도 초반 타자들의 연이은 안타와 주자의 주루 플레이가 성공하며 4점을 앞서 나갔다.

울산 월봉사 샤프니스와 진각종 JGO 포티세브너스의 경기 모습.

그러나 원티드의 공격 또한 만만치 않았다. 타자들의 연이은 안타와 홈런으로 6점을 뽑아내며 다시 분위기는 역전됐다. 전 시합에서 JGO 세브너스와의 접전으로 월봉 샤프니스의 체력이 고갈된 탓인지 반전된 분위기는 쉽게 바뀌지 않았다. 원티드 주자들의 주루 플레이가 성공하며 14대 7로 원티드가 3위, 월봉 샤프니스가 이번 대회의 4위를 기록하게 됐다.

마지막 경기는 불암사 야구단과 JGO 세브너스의 결승전이었다. 양 팀 모두 초반 쉽사리 점수를 내지 못하고 3이닝을 보냈다. 4회부터 몸이 풀린 양 팀 선수들은 본격적으로 자신들의 실력을 유감없이 드러내기 시작했다.

4회초 불암사 야구단의 공격 상황에서 밀어내기로 3점을 내고 다음 타자의 안타로 주자가 홈을 밟으며 무려 6점을 냈다. 게다가 불암사 야구단의 견고한 수비가 돋보이기 시작했다. 4회말 투수의 강력한 피칭에 JGO 세브너스는 1점만을 낸 채, 더 이상 점수를 내지 못했다. 5회초 상승의 분위기를 타고 있는 불암사 야구단이 마지막 쐐기를 박는 홈런과 안타가 터지며 7대 1로 분위기를 압도했다.

6회말 JGO 세브너스가 2점을 더 만회했지만 최종 스코어 7대 3으로 불암사 야구단이 제2회 불자야구대회의 우승팀으로 등극하게 됐다.

각 야구단 대표들이 모여 담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월봉사 주지 오심스님, 조계종 호계원장 일면스님, 진각종 통리원장 회정정사.

야구 경기만으로는 분위기를 돋우는 데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준비한 이벤트가 대회 중간 열려 불자 야구팬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3․4위전이 있기 전 치열한 경기를 펼친 4개 팀 대표들의 T-배팅이 있었다.

이번 대회 장소를 마련해 준 71사단 사단장 성상덕 준장을 시작으로 진각종 통리원장 회정정사, 원불교 강남교당 장성준 감독, 월봉사 주지 오심스님, 그리고 이번 대회를 주최한 조계종 호계원장 일면스님의 배팅이 이어졌다. 평소 야구는 실제로 해본 적이 없다고 주저하던 대표들이 T-배팅에서 장타를 선보일 때마다 함께 모인 이들의 박수 소리와 환호성은 더욱 커졌고 대회의 분위기가 한층 뜨거워졌다.

승패가 엄격하게 갈리는 야구이지만 이번 대회에서 승자도 패자도 존재하지 않았다. 제2회 불자야구대회를 마치고 난 선수들의 표정은 오로지 하나, 안면 가득한 미소뿐이었다. 팀을 위해 자신을 내려놓고 경기에 최선을 다한 서로를 위해 모자를 벗고 고개 숙여 인사하는 이들에게는 나를 낮추고 마음을 비우는 하심(下心)이 가득했다. 야구가 불교적이 아닌 운동경기일 것이라는 의심은 단박에 사라졌다.

모든 경기를 마친 후 함께 모인 선수들. 선수복 색만 다를 뿐 이들은 이미 야구로 하나가 됐다.

호계원장 일면스님은 “진각종 통리원장 회정정사와의 인연으로 지난해부터 불자야구대회를 개최하게 됐다”며 “특히나 올해는 부처님오신날을 봉축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더욱 뜻 깊은 행사라 생각한다. 평소 마주했던 불자들 간에 친목을 도모하고 신심을 다지며 경기에 임해 마음으로 진정한 수행을 다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불자야구대회 참석자 말말말

행사를 주관한 조계종 호계원장(불암사 회주) 일면스님.

-조계종 호계원장 일면스님

“불자들의 건강을 다지고 화합을 도모할 수 있는 이러한 친선대회를 주최할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도 야구방망이를 보면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늦깎이 대학생 시절, 동기생의 인연을 맺은 최정기 감독과 함께 불암사 불일회 신도들과 2011년 창단한 불암사 야구단은 현재 55명의 단원들과 함께하고 있으며 지역 리그에 참가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던 중, 진각종 통리원장 회정 정사와의 인연으로 작년부터 연 1회 불자 야구 친선 대회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올해는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더욱 뜻 깊은 행사라 생각합니다. 평소 대면했던 불자들 간 친목을 도모하고 신심을 다지며 경기에 임해, 마음으로 진정한 수행을 다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불암사 야구단이 연예인 야구단과도 시합을 하는 계기가 있었는데 이들에게 불교를 포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불자들의 야구 친선 대회에, 보다 많은 불자팀이 참석하여 서로의 신심을 돈독히 하는 한편, 불교 포교에도 우리가 앞장설 수 있었으면 합니다.”

진각종 통리원장 회정정사.

-진각종 통리원장 회정정사

“진각종 신도들과 함께 2009년 결성한 야구단은 지금까지 꾸준히 활약하며 불교 포교와 불자 친선 도모에 앞장섰습니다. 그러던 중, 일면스님과 불자야구대회를 개최해보자는 의견을 서로 주고받으며 작년부터 대회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뜨거운 햇살 아래서 매 경기마다 최선을 다한 불자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다음 제3회 불자야구대회는 야구단이 창단돼있는 불자 팀들이 많이 참여해 불자들끼리 하루를 즐기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울산 월봉사 주지 오심스님.

-울산 월봉사 주지 오심스님

“호계원장이신 일면스님의 초청에 지역리그 결승전도 포기하고 울산 방진에서 이번 불자야구대회에 참가하게 됐었습니다. 2012년 12월에 월봉사 불자들을 대상으로 구성된 우리 팀은 비록 활동 시기는 짧지만 지역리그에 참여하며 준결승에 진출하는 등의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오늘 경기도 뛰어난 선수들과 멋진 경기를 펼치며 많이 배우고 갑니다. 다음 대회에도 참가해 승패를 떠나 아름다운 경기를 불자들과 더불어 최선을 다해 만들어 가보고 싶습니다.”

원불교 청소년국 주임 하태은 교무.

-원불교 청소년국 주임 하태은 교무

“불교계 청년들이 모여 하나 되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참으로 뜻깊은 일입니다. 이런 행사에 원불교가 함께 참여하게 되어 무척 기쁘게 생각합니다. 저희가 작년 행사를 주관해 보아서 주최측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난해 첫 대회보다 더 멋진 대회로 이끌어주신 불암사 야구단에 감사와 격려의 말씀을 전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불교계 야구팀이 참석해서 풍성하고 활기찬 행사가 되길 염원합니다.”
 

대회 장소를 제공해준 71사단장 성상덕 준장.

-71사단 사단장 성상덕 준장

“군대는 국민의 군대라 생각합니다. 때문에 주말마다 생활 야구팀에게도 부대시설을 대여해 활동할 수 있게끔 부대를 개방하고 있습니다. 이는 민군화합 차원에서 군대가 보여야 할 중요한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불자야구대회가 71사단에서 성대하게 진행하게 돼 기쁘며 불암사와의 인연을 이렇게 지속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최상균 불암사 신도회장

“봄기운이 완연한 아름다운 계절에 불자야구대회가 성황리에 개최된 것은 부처님의 가피를 입은 덕이라 생각합니다. 부처님오신날을 봉축하는 2회 대회가 성사돼 진심으로 기쁘며 이러한 불자 간의 친목 도모의 장이 자주 진행돼 신심을 도모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활력소가 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아울러 많은 불자 팀이 참석해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기를 간절히 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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