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이야기꾼 이미령이 만난
‘숲속 성자들’ 에세이로 출간

‘전지적 동물 시점’으로 본
삶의 지혜 붓다 가르침 가득

부처님이 동물의 입을 빌려
사람의 어리석음 꼬집기도…

경전이야기꾼 이미령 씨의 구수한 문체와 임아랑 작가의 따뜻한 삽화가 어우러진 에세이 '숲속 성자들'이 출간됐다. 책은 경전 속 동물들이 들려주는 삶의 지혜와 부처님 가르침으로 가득하다. 삽화=임아랑
경전이야기꾼 이미령 씨의 구수한 문체와 임아랑 작가의 따뜻한 삽화가 어우러진 에세이 '숲속 성자들'이 출간됐다. 책은 경전 속 동물들이 들려주는 삶의 지혜와 부처님 가르침으로 가득하다. 삽화=임아랑

■ ‘숲속 성자들’- 경전 속 동물 마음 엿보기(이미령 지음 / 담앤북스) 

“토끼인 내가 맹수처럼 뭇 동물들을 힘으로 제압할 수는 없습니다. 깊고 깊은 지혜를 얻어 현자가 되기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 두 다리로 내가 헛짚어 내달려온 그 길을 되돌아가, 무엇이 나를 끝없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고 날뛰게 했는지 바로 보는 일은 할 수 있습니다. 바로 본다는 것, 이것은 나약한 중생이 제 인생의 주인공이 되는 첫 번째 시도입니다.”(본문 91쪽)

‘숲속 성자들’- 경전 속 동물 마음 엿보기(이미령 지음 / 담앤북스) 
‘숲속 성자들’- 경전 속 동물 마음 엿보기(이미령 지음 / 담앤북스) 

“당신은 뱀을 만나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징그럽고 무섭다는 생각에 멀리 도망칠 게 빤합니다. 하지만 기억해 주십시오. 나는 이제 막 붓다가 된 서른다섯 살의 석가모니를 이레 동안 모진 비바람에서 보호해 드린 또 하나의 구도자입니다. 훗날 붓다가 이 땅 위의 사람들에게 들려준 수많은 법문보다도 더 먼저 법문을 들을 행복한 중생입니다.”(본문 155쪽)

불교 경전에는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한다. 특히 석가모니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를 담은 <자타카(본생담)>는 ‘이솝 우화’에도 영향을 미쳤을 정도로 흥미로운 동물 이야기로 가득하다. 사냥꾼에게 잡혀 동료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자고새, 집에 대한 집착으로 목숨을 잃은 거북, 떠돌이 개들의 억울함을 풀어 준 우두머리 개, 주인을 큰 부자로 만들어 준 소 등이 그것이다.

이 처럼 경전 속 다양한 동물들이 전해주는 삶의 지혜와 부처님의 가르침을 담고 있는 책이 출간돼 관심을 끌고 있다. 화제의 책은 ‘경전 이야기꾼’으로 불리는 이미령 북 칼럼니스트가 도서출판 담앤북스에서 펴낸 <숲속 성자들>이다. 저자의 다정한 문체와 임이랑 작가의 따뜻한 삽화가 어우러져 경전이야기를 재미있고 편안한 에세이로 만들어 준다. 부처님이 동물들을 통해 어떤 가르침을 전하고 있는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됐다.

1부 ‘작고 여린, 그래서 아름다운’에는 새와 벌, 거북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들은 너무 흔하고 약해서 보잘것없는 존재로 치부되곤 하지만 경전 속 비둘기는 자신의 목숨 무게가 왕의 그것과 같음을 보여주고, 아난존자의 법문을 밤낮없이 외워 마침내 인간으로 태어난 앵무새는 마음공부의 중요성을 일러준다. 또 꽃의 빛깔과 향기를 다치지 않고서 달콤한 꿀만 취하는 벌에게서는 탁발하는 자세를, 단단한 등딱지에 사지를 당겨 넣는 거북에게서는 생각을 거둬들이는 법을 배울 수 있다.

2부 ‘지금 당신 옆의 따뜻한 생명들’에서는 고양이와 개, 토끼, 사슴 등 친숙하고 귀여운, 그래서 우리에게 조용한 위안을 주는 동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잡아함경>은 배고픔에 쥐를 산 채로 삼켰다가 도리어 목숨을 잃은 고양이의 ‘흑역사’를 통해 “공부가 무르익을 때까지 몸과 마음을 단속하고 또 단속하라”는 가르침을 전한다.

3부 ‘그렇게만 보지 말아요’는 원숭이, 여우, 곰, 뱀, 나귀 등 사람들의 편견으로 고통받는 동물들의 이야기다. 교태로 사람들의 혼을 빼놓는다고 여겨지는 여우는 경전에서는 오히려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존재로 그려진다. 또 미련하다 오해를 받는 곰은 배신한 인간을 일깨우는 수행자이며, 악의 화신으로 상징되는 뱀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완전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이레 밤낮을 보호한 구도자임을 알 수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때로 호랑이의 용맹함, 사자의 위엄, 코끼리의 우직함에 비유되곤 한다. 4부 ‘동물, 그 이상의 존재’에서는 말, 소, 사자, 호랑이, 코끼리 같이 불교를 상징하는 동물들이 소개된다.

저자 이미령 씨는 동국역경원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경전이야기를 대중들에게 쉽게 전하는 대표적인 필자로 꼽을 수 있다. 세상에 넘쳐나는 온갖 주제를 경전에서 찾아 비교해 들려주는 이 시대의 이야기꾼이이다. 삽화를 그린 임아랑 작가는 가수 장혜진과 인순이의 앨범 자켓을 비롯해 각종 사보와 잡지, 단행본 등을 통해 서정적인 일러스트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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