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이 아니라 법을 청하여라”

“부처님의 말씀에 거짓은 없습니다”

# 기적을 버리고 법을 친견하다.

많은 사람이 한 소녀를 두고 말했다. “어찌 저리 아름다운가? 마치 도리천의 선녀와 같구나” 이 소녀는 자신이 아름답다는 말에 취했을 뿐, 아직 그 아름다움이 욕망의 진흙탕 앞에 핀 꽃과 같음을 알지 못했다. 기녀 암바팔리 이야기이다. 암바팔리는 ‘망고나무 숲에서 주워왔다’라는 뜻이다. 한 기녀가 망고나무 숲에 아기를 버리고 간 후 망고나무 숲의 부부가 정성스레 키운 암바팔리는 인도 최고의 미녀라 불렸다.

그녀를 얻기 위해서 바이샬리 부족들의 왕자들은 서로 다투어 전쟁을 일으키기도 했고, 이웃 나라의 왕들 또한 그녀를 얻기 위해 바이샬리를 침략하기도 했던 그야말로 경국지색(傾國之色)의 여인이었다. 그녀는 귀하고 아름다운 보석과도 같았다. 그러므로 보석 같은 그녀의 주변에는 탐욕이 이리떼처럼 항상 어슬렁거렸다. 사람에 대한 의심과 두려움만이 그녀를 둘러싸고 있었다.

이러한 암바팔리에게 모든 욕망에서 벗어나신 부처님을 만나 뵙는 것은 어떠한 의미였을까? 깜깜한 아름다움의 감옥에 새어 든 한 줄기의 빛과 같은 존재였을까? 비구 승단의 공양청을 승낙받은 암바팔리는 너무도 기쁜 나머지 뒤늦게 부처님을 찾아뵈러 온 리차비족의 황금마차와 부딪혔다. 귀한 빨간 옷과 하얀 옷으로 치장한 리차비족의 장자들은 흙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들은 이미 자이나교의 수행자들과 바라문들에게 올린 공양으로도 계속된 가뭄을 부처님께서 바이샬리 강가의 건너편 나루터에 오신 것만으로도 쏟아졌던 황금 같은 빗줄기의 기적을 경험했던 바였다. 무례한 암바팔리의 질주가 공양청을 준비하기 위함임을 알게 된 리차비족은 황금 10만 냥을 주고 공양청을 되팔기를 청하였다. 그러나 암바팔리는 베살리 마을을 전부 준다고 해도 양도할 수 없다고 거절하였다. 부와 명예를 모두 가지고 있는 리차비족이 아니라 기녀인 자신에게 부처님께서 기꺼이 공양청을 허락하신 이유는 공양을 받으시며 내려주신 법문 속에 있었다.

이후 망고나무 숲을 기증하고 또한 그 터에 대림정사를 지어 최초의 비구니 승단이 머물게 했던 암바팔리는 결국 출가하여 아라한과를 증득하고 비구니 승단의 장로로서 공양청에서 해주셨던 부처님의 법문을 <장로니게경>을 통해 노래하였다.

“예전에 내 머리카락은 빽빽하게 우거진 숲처럼 핀이나 빗으로 잘 정돈되어 꾸며져 있었지만 늙어버린 지금은 여기저기 머리가 빠져 휑합니다. 역시 붓다의 말씀에 거짓은 없습니다.

예전에 나의 치아는 마치 파초 봉오리의 색처럼 너무나도 아름다웠지만 늙어버린 지금은 부서져 마치 보리처럼 누레졌습니다. 역시 붓다의 말씀에 거짓은 없습니다.

예전에 나의 손은 매끄럽고 부드러우며 황금으로 장식되어 있었지만 늙어버린 지금은 나무뿌리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역시 붓다의 말씀에 거짓은 없습니다.

이렇게 잘 모여 만들어진 나의 몸은 늙어 뼈만 앙상하게 남아 많은 괴로움만이 모여드는 곳입니다. 그것은 도료가 벗겨 떨어져 나간 황폐한 집입니다. 역시 붓다의 말씀에 거짓은 없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암바팔리의 망고나무 숲에서 벨루바 마을로 가시면서 노병(老病)이 시작되셨다. 결국 열반경의 대부분이 암바팔리가 기증한 이 망고나무숲에서 설해졌다. 기적을 친견하러 갔던 리차비족을 두고 법(法)을 친견하러 왔던 암바팔리에게 진리를 허락하신 이유였다. 기적이 아니라 법을 청하였으므로.

효산스님  부산 여래선원 주지
효산스님  부산 여래선원 주지

[불교신문 3813호/2024년3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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