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을 생각한다고 금이 생기지 않는다

대상과 조건 방법 

맞아야 생기는 법

1980년대 초 상영한 남아프리카영화 <부시맨>이 있다. 사막 상공을 날던 자가용 비행기에서 조종사가 빈 콜라병을 던졌는데, 부시맨 마을 근처에 떨어졌다. 콜라병을 처음 본 부시맨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하늘에서 떨어졌으므로 신의 선물이라 여겼다. 그것을 물을 긷는 그릇, 악기, 가죽에 무늬를 넣는 용도 등으로 사용하였다. 그런데 그 신의 선물을 서로 갖고자 분쟁이 일어났다. 평화를 위해 부시맨은 다시 신에게 돌려주려 길을 떠났다. 그 여정을 재미있게 영화에 담았다.

왜 부시맨은 콜라병인 줄 몰랐을까. 왜 신의 선물이라 생각하였을까.

제법무아(諸法無我)에서 법은 존재, 사물, 삼라만상, 인식 현상, 현상으로 번역한다. 필자는 일단 법을 ‘나에게 펼쳐진 삼라만상, 사물’ 등으로 이해하자고 했다. 이는 내연기의 관점과 법의 정의에 의해서다.

불교 논서에는 법(法)은 궤지(軌持) 또는 임지자성(任持自性) 궤생물해(軌生物解)로 정의한다. 즉, 법은 자성을 보존하고 그 자성을 본보기[軌]로 하여 그 사물에 대한 이해를 내게 한다. 풀이하면, 법이란 ‘그것이라고 할 수 있는 어떤 특성’[자성]을 가지고 있어서 그 특성을 통해 우리는 ‘그것이 무엇이라는 것’을 안다. 예를 든다. 컵은 가운데 공간이 있어서 그 안에 물 등을 담을 마실 수 있는 특성이 있다. 그러한 특성을 통해 우리는 그것이 컵이라는 것을 안다. 그런데 그 특성은 저 밖에 홀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인연화합으로 우리 앞에 드러난다. 컵이라는 특성은 컵이라 불리는 대상에 있는 것이 아니고 인식과 대상의 관계성 속에서 드러난다.

부시맨이 콜라병을 콜라병으로 알려면 우선 이전에 콜라병에 대한 경험(정보)이 있어야 한다. 부시맨은 그런 경험이 없으므로 콜라병을 알 수가 없다. 부시맨은 왜 신의 선물이라고 여겼을까. 그들의 인식 속에는 신은 하늘에 있고 그 하늘에서 떨어진 물건이 신비하기에 그러한 특성에 의해 그것을 신의 선물이라고 여겼다.

나에게 펼쳐진 삼라만상인 법은 인연화합으로 생겨난다. 인연생법(因緣生法)이다. 여기서 인(因)은 직접적 원인이고, 연(緣)은 간접적 조건이다. 가령, 꽃의 씨앗은 인이고, 흙, 물, 거름, 햇빛 등은 연이다. 이러한 인과 연이 함께하여 꽃이 핀다. 인만 있어도, 연만 있어도 꽃은 피지 않는다. 내 마음에 수건의 정보가 있고 세면대 옆에 그것이 걸려 있으니 수건이라 여겨 얼굴을 닦는다. 내 마음에 수건의 정보가 있더라도 그것이 휴지통 옆 바닥에 자리하고 있으면 그것으로 얼굴을 닦지는 않는다.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건조대에 걸려 있는 경우는 어떻게 되는가. 수건인가, 걸레인가, 다른 무엇인가. 제법무아다. 단지 그렇게 드러났을 뿐이다.

그런데 오해하지 마시라. 이때 마음을 의지 또는 생각으로 보지 마시라. 금을 생각한다고 해서 내 앞에 금이 생겨나지 않는다. 강철을 금으로 볼 것이야 의지를 일으켜도 강철이 금이 되지 않는다. 마음의 인[대상에 대한 정보]과 연[대상을 비롯한 조건]이 맞아야 그에 맞는 법이 생긴다. 

목경찬 천안 각원사 불교대학 교수
목경찬 천안 각원사 불교대학 교수

[불교신문 3813호/2024년3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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