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산사태 사고 수습한 전종수 불자
신임 포교사로 같은 부대 찾아 설법해
'상승암' 인연된 건 부처님 뜻이라 생각
23년 경력 살려 군-불교 가교 역할할 것

전종수 포교사(첫째줄 왼쪽)는 3월10일 강원도 철원 군법당 '상승암'을 찾아 장병들 대상 설법했다. 
전종수 포교사(첫째줄 왼쪽)는 3월10일 강원도 철원 군법당 '상승암'을 찾아 장병들 대상 설법했다. 

1996년 7월26일부터 27일까지 강원도 철원, 연천, 화천 등 중부지방에는 많은 비가 내렸다. 28년 전 내렸던 폭우는 이 일대에서 근무하던 군장병 6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특히 철원군 대마리에 위치한 육군 5사단 27연대 2대대 주둔지는 유독 큰 피해를 입었다. 산사태 사고가 발생했던 때는 장병들이 고단한 하루 일과를 마치고 단잠을 자고 있었을 7월26일 새벽 무렵. 1000톤이 넘는 토사가 막사 2개 동을 덮쳐 장병 20여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30년 가까지 지난 일이지만 법상 전종수 포교사도 그 때의 참상을 어제 일처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당시 군단 공보장교로 있던 그는 현장으로 급파돼 희생 장병 발굴을 목격하고 공보조치를 맡았기 때문이다. 전 포교사는 아픈 기억으로만 남았던 이 부대를 최근 다시 찾았다. 군복이 아닌 포교사복을 입고 부대 내 상승암에서 첫 설법을 한 것이다. 전 포교사는 많고 많은 부대 중에 해당 부대를 다시 찾게 된 것을 부처님께서 맺어준 인연으로 여기고 있다고 했다. 3월23일 전종수 포교사를 만나 희유한 인연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 포교사는 1989년 학군장교로 임관해 약 23년간 정훈 병과로 복무한 뒤 2011년 소령으로 전역했다. 다년간 군 경험 가운데 1996년 그날은 그의 뇌리에 깊히 박혀있다. "군단 공보장교였을 때였습니다. 새벽 5시 사고가 발생했다는 연락을 받고 신속히 출동했습니다." 사고 현장 인근에 도착했지만 길이 끊겼다. 굴착기를 동원에 토사를 치우고 겨우 도착해 확인한 현장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참혹했다.

"사고 발생 시각은 새벽 1시 정도로 추정됐습니다. 얼마나 곤히 잠들어 있을 시간입니까. 흙더미를 걷어내니 각자 잠버릇에 따라서 누워있던 병사들의 시신이 드러났습니다. 주전자로 얼굴에 물을 부어 사망자의 신원을 확인해야 했습니다. 그만큼 당시 사고 현장은 아비규환이었습니다."

전 포교사는 지난해 11월 그날의 기억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됐다. 작년 9월 28기 포교사 품수 받은 그는 서울지역단 군포교 북부 군1팀에 배정됐다. 1팀이 담당하는 구역 가운데 당시 피해를 입었던 부대 내 위치한 군법당 '상승암'이 있었던 것. 시간의 흐름에 다시 찾은 부대를 처음엔 알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다른 군법당과 다르게 영가등이 달려 있는 것을 보고 해당 부대가 자신이 과거 자신이 사고 수습을 했던 곳임을 알게 됐다고 했다.

전 포교사는 3월10일 상승암에서 포교사로서 첫 설법을 했다. 주제는 죽음이었다. <맛지마니까야>의 '바로 오늘 열심히 행하라. 내일 죽을지, 그 누가 알겠는가. 대군을 거느린 죽음의 왕과는 그대 타협하지 못한다'는 부처님 말씀을 인용해 20명의 장병들에게 부처님 가르침을 굳게 믿고 매순간 최선을 다해 살 것을 당부했다.

전 포교사는 "상승암에서 법회를 하게 된 것을 부처님께서 맺어준 인연이라고 생각하면서 정성을 다해 법회 준비를 했다"며 "1996년 그날의 장병들을 떠올리며 죽음은 늘 우리 가까이에 있으며, 매일 최선을 다해 정진하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역한 지 10년이 훌쩍 지났음에도 여전히 군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는 전종수 포교사는 그동안의 군경력을 살려 군과 불교를 잇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예비역불자연합회 사무국장 소임도 맡고 있는 그는 "젊은 청년 장병들이 군법회를 통해 불교와 만나 삶의 올바른 의미와 참된 인생의 목적을 깨닫길 염원한다"며 "포교가 수행이라는 마음으로 일선에서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을 널리 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전종수 포교사.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전종수 포교사.
부대 내 마련된 순직장병 추모비.
부대 내 마련된 순직장병 추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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